[이길우 人사이트] "내년부터 경찰 독자수사…웬만한 사건은 檢 없이 종결"

입력
수정2020.12.17. 오후 2:58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文정부 수사구조개혁단 이끈 김재규 전남경찰청장
"국가경찰·자치경찰·국수본…셋으로 쪼개 권력분산"
김재규 전남지방경찰청장이 11일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지방경찰청 청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0.12.1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서울=뉴스1) 이길우 객원대기자 =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갖고 있는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다. 워낙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어서 누구도 검찰을 견제하지 못했다. 검찰은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강한 힘을 이용해 흔들리지 않는 철옹성을 구축했다. 그 강한 힘을 나누려니 검찰은 강하게 반발을 했고, 번번이 무산됐다. 검찰이 갖고 있는 강한 힘의 원천은 영장 청구를 독점하고, 기소를 독점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경찰은 말 그대로 검찰의 ‘시다바리’였다.

모든 경찰의 수사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했다. 영장 청구도 검사를 통해야 가능했다. 검찰이 쥐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은 무소불위한 ‘공룡 검찰’의 강력한 에너지원이었다. 거의 세계에서 유일하다. 경찰이 영장 청구를 못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경찰이 쓴 조서는 재판에서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다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조서를 써야 했다. 경찰은 수사를 시작하고, 진행할 수 있어도 종결은 하지 못했다. 검사의 지휘가 있어야 수사도 종결했다. 수사 종결권을 검찰이 갖고 있다는 것은 모든 조사는 검찰에서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으로 조사를 받아야 했다.

내년부터는 바뀐다.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쥐게 됐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사라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중대 범죄가 아닌 생활 밀착형 범죄는 경찰 선에서 수사가 끝난다. 비록 영장 청구권을 가져오는 데는 실패했지만, 검찰이 갖고 있는 권한의 일부를 경찰로 가져왔다는 의미가 있다. 경찰의 거대화를 견제하기 위해 자치경찰이 생기고, 국가수사본부라는 새로운 조직이 출범한다. 대공수사권도 경찰이 국정원으로부터 가져온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의 설치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일반 서민의 삶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의미있는 경찰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과연 12만명의 큰 조직인 경찰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지난 11일 전남 무안에 있는 전남경찰청에 찾아가 김재규 전남경찰청장을 만난 이유는 그가 3년전 문재인 정부 출범뒤 만들어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을 맡아 수사권 조정의 실무 설계 책임자였기 때문이다.  

◇파출소장 집에서 자취, 경찰인생에 영향…국내 첫 사이버수사대 주도

“어떻게 경찰관이 됐나?”
-고등학교때 자취 생활하는데 집 주인이 파출소장이었다. 아주 인상도 좋았고, 부드럽게 이야기해줘서 경찰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졌는데 마침 경찰대학이 생겨 지원했다. 경찰대 2기생이다.

“경찰에 사이버 수사대를 처음 만들었나?”
-20년 전인 2000년에 서울 경찰청에서 지능 범죄를 담당하는 수사 2계장을 하고 있었다. 당시 인터넷을 이용한 기존 범죄 양상과 전혀 다른 사이버 범죄가 생겨났다. 이것을 효과적으로 수사하지 못하면 사회적인 무질서나 혼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서울경찰청 2만5000명 인사기록 카드를 모두 뒤져서 컴퓨터를 잘아는 10명을 뽑아 사이버 범죄 수사대를 출범시켰다.

“15년간 수사를 담당했다. 기억에 남는 사건은?” 
-영등포 경찰서 수사과장 할 때 여의도에 있던 문화방송(MBC)에 교회 신도들이 집단으로 몰려가서 조정실 점거를 하며 정규 방송이 중단되는 최초의 방송사 난입사건을 수사한 것이 기억난다. 서울 미아리 성매매 집창촌(텍사스 골목) 포주들이 공직자들에게 상납한 장부를 압수해서 대대적으로 경찰관 등 공직자들을 구속을 시키고 유착관계를 끊었던 일도 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수험생들이 휴대전화를 숨기고 들어와 문자메시지로 답안을 공유한 부정행위 사건도 담당했다.

“빌 게이츠로부터 감사패 받았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2005년에 중국의 해커들이 개인정보를 빼내 문제가 됐다. 직접 중국 선양에까지 출장을 가서 심양에 비밀아지트를 만들어 국내 유명 포털과 게임사이트 등 컴퓨터 5만대를 해킹하여 사이버 머니를 빼내 중개사이트에서 되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3개 해킹조직의 조직원 26명을 적발했다. 해커들 중 일부는 마이크로 소프트사에서 추적 중인 해커들이었다. 그때 빌 게이츠 회장이 감사패를 보내줬다.

◇내년부터 수사권 조정…경찰에 수사종결권, 독자 수사 가능

“내년부터 경찰이 바뀐다. 어떤 변화가 생기나?”
-우선 수사 구조의 변화이다. 수사권 조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검찰이 모든 수사권을 갖고 있다. 검찰이 직접 수사도 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도 있기 때문에 검찰의 의사가 다 통한다. 지휘는 상하 복종관계이지, 협력이 아니다. 기업이 방만한 경영을 해서 부실해지면 구조조정을 한다. 구조조정은 방만한 조직을 없애고 비용을 절감해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형사절차에서 검찰이 갖고 있던 권한이 너무나 많아 적폐가 쌓였다. 애초엔 개혁하려고 했는데, 검찰의 견제로 개혁이 아니라 조정만 됐다. 검찰은 원래 영역인 기소와 소송 업무만 맡고, 수사는 경찰이 맡는 것이 수사구조 개혁의 핵심인데, 검찰이 아직도 수사에 영향력을 갖는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지 않으면 수사단계의 결정이 그대로 기소를 거쳐 재판단계로 이어진다. 이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전관예우 및 유전무죄 등의 다양한 문제의 근원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뀌는 경찰의 모습은 무엇인가?”
-가장 큰 것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가 없어져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다. 과거 형사소송법은 경찰은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할 뿐 종결권은 없었다. 오직 검찰만 수사 종결권 있었다. 수사의 개시권, 진행권, 종결권을 다 가지고 있어야 진정한 수사권자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농부가 씨를 뿌리고 재배를 해서 수확까지 할 수 있어야 진짜 농부이다. 지금까지는 수사의 개시와 진행을 일일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했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경찰은 빠지라는 식이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에 일제 경찰의 파쇼가 우려된다는 검찰의 주장이 받아 들여져 검찰에 모든 권한을 주도록 법이 만들어졌다.

“앞으로는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서 종결권을 갖는가?”
-무조건 종결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이 종결하면 검찰이 90일 동안 검토를 할 수 있다. 검토를 해서 문제가 있다면 재수사를 요청하고, 경찰이 이에 따르지 않는다면 징계와 직무배제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중요 6대 범죄는 검찰이 계속 수사권을 갖는다. 6대 범죄는 부패, 경제,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 등이다. 구분이 애매하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여전히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어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수사구조개혁에는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이전엔 경찰이 수사 종결권이 없어 사건을 수사하면 수사기록을 검찰에 모두 보냈다. 그러면 검찰에 가서 또다시 조사를 받는다. 이중으로 조사를 받으며 큰 스트레스 받았다. 경미하고 죄가 안되는 것은 수사를 빨리 종결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인권 지향적이다. 다만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했는지 검찰이 수사 검토를 통해 계속 감시할 수 있다.

◇전세계서 경찰이 영장청구 못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

“경찰의 영장청구권은 확보하지 못했다. 아쉬운가?”
-전세계에서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지 못하는 나라는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외국 경찰의 권한이 비대하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압수, 수색, 체포영장 등을 경찰이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이유는 수사를 위한 긴급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수사해서 48시간 내에 신병처리를 결정해야 한다. 압수물도 혐의가 없으면 반환해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종결권도 없고 영장 청구도 검찰을 통해야 했다. 애초 수사권 조정을 하면서 영장 청구권을 요구했다. 그러나 영장청구권을 검찰만 갖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의 기소 독점이 검찰에 힘을 너무 많이 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의 권한이 너무 많다. 영미법에는 사인 소추주의라는 것이 있다. 죄가 있는데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으면 개인이 법원에 기소해달라고 소추할 수 있다. 검사의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보완한다. 또 배심원 제도가 있다 .배심원제도는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으면 배심원들이 기소를 의결을 하면 기소가 된다. 우리나라는 이런 제도가 없다. 기소를 검사의 마음대로 하는 기소편의주의도 검찰에 권력이 집중하게 만들고 있다. 권한이 집중되면 객관성을 잃게 되고 평가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이번 경찰청법 개정으로 자치경찰이 탄생한다. 자치경찰은 무엇인가?”
-자치경찰은 지방 자치단체가 경찰권을 가지고 법 집행력을 갖게 된다. 시·도 경찰위원회의 지휘를 받아 생활 안전, 가정 폭력, 학교 폭력, 교통사고, 음주 운전, 공무집행 방해 같은 생활과 밀착한 범죄들을 자치경찰이 담당한다. 이제 경찰은 전국적인 민생치안과 수사, 외사, 보안, 정보를 담당하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뉘게 된다. 근무는 같은 지구대에서 한다. 국가 경찰과 자치경찰은 서로 교류할 수 있다. 완전 이원화는 아니다. 자치경찰을 만드는 이유는 경찰의 비대화를 방지하기 위해이다.

“국정원이 하던 대공수사권도 경찰이 갖게 됐다. 경찰권한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이 된다고 하는 것은 국정원에서 하던 대공 수사권을 없앤 것뿐이다. 경찰은 예전처럼 대공 수사를 그대로 진행한다. 지금까지 대공 수사사건에 90% 이상을 경찰이 했다.

◇검찰 수사기능·국정원 대공수사권, 국가수사본부로 이관

“이번 경찰청법 개정의 중요한 점이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탄생이다.”
-국수본은 검찰에서 경찰로 이관된 수사기능을 담당한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치안정감이 맡고, 임기는 2년에 중임은 금지된다. 국회가 탄핵 소추를 할 수 있다. 국정원에서 가져오는 대공수사권도 국수본에서 담당한다. 수사의 독립성을 위해 상급자인 경찰청장도 구체적으로 지휘, 감독을 할 수 없다.

“그동안 권력자들은 정보경찰의 정보를 이용해 권력을 유지했다. 정보경찰의 역할도 바뀌나?”
-정보경찰이 과거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개입하는 등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흑역사가 분명히 있다. 반성적 성찰로 정보경찰 개혁을 했다. 정보경찰의 임무와 정의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 활동을 한다. 개인을 사찰하거나 뒷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관여 금지 조항도 만들었고, 처벌조항도 상향조정했다.

“결국 이전보다 권한이 많아진 경찰조직을 세개로 나눈다고 보면 되나? 기존의 국가 경찰, 자치경찰, 그리고 국가수사본부.”
-그렇다. 경찰의 기능을 셋으로 쪼개 권력 집중을 막았다. 당분간 조직과 업무의 구분에 대해 조직내 다소 혼돈이 있을 수 있지만 잘 조정해 나갈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공수처는 경찰 입장에서 어떻게 보나?”
-선진국에는 공수처 같은 특별한 조직이 없다. 우리나라는 너무나 검찰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공수처 같은 특수조직을 만들어서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 경찰청 입장에서 항상 공수처 설치를 찬성했다.

“혹시 경찰이 너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경찰의 오랜 숙원이었던 경찰법이 완전하진 않지만 고쳐졌다. 국민들의 우려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수사 책임 주체로서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경찰이 변할 것이다. 전문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한 경찰 수사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

김재규 전남지방경찰청장이 11일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지방경찰청 청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0.12.1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경찰은 독재시대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민주화 시대가 되며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 정서엔 아직 잘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 경찰이 옷을 갈아입는다. 몸에 맞는 옷일 수도 있고, 형님의 큰 옷일 수도 있고 누더기 옷일 수도 있다. 경찰의 변하는 모습을 온 국민이 바라보고 있다. 

kichen85@news1.kr

▶ 네이버 메인에서 [뉴스1] 구독하기!
▶ 뉴스1 바로가기 ▶ 코로나19 뉴스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